2024년 회고

1/23/2025회고

서두

이렇게 1년 단위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회고를 진행해본 적이 처음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부족했던 점들을 직면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예전부터 그랬다. 남들이 한 일은 하나하나 칭찬하며 대단하다, 엄청나다를 연발하지만 내가 한 일은 다시 보기 창피해서, 쪽팔려서 다시 돌아보지 않고 폄하한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를 비하하는 일을 나 자신에게 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해냈더라도

'이건 누가 와도 할 수 있었을 거야'
'주변에서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 혼자 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

끊임없는 자기 비판과

'이 사람은 나보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니까 이렇게 해내지만 난 그렇지 못한 인간이니까 해낼 수 없어'

자기 합리화 속에서 나 스스로 자신감을 깎아왔다.

나는 본래 태어나길 솔직한 성격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나의 이런 적나라한 내면은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도 내가 마주하지도 않았다. 나는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데, 나도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싶은데, 내면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올해 목표가 뭐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나도 모르게 "진지한 사람"이라고 답했지만 사실 나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성숙한 사람이란 뭘까

사람은 입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소설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오랫동안 봐왔다보니 어쩔 수 없이 스토리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입체적인 인물을 좋아한다. 예전에 나에게 있어 성숙한 사람은 내외면의 차이가 미미한, 평면적인 인물이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꾸밈 없이 본인을 드러내는 사람의 마인드가 멋져 보였다.

하지만 내가 성숙하다고 느낀 사람들을 생각해봤을 때, 그들은 마냥 평면적이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이 되는 멋진 개발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또 누군가에게는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이 모습을 전부 성숙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성숙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숙한 사람은 단순히 꾸밈없이 본인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충동을 절제하는 모습은 내가 본 성숙함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나란 인간, 좀 더 성숙해졌는가

음 조금 성숙해진 것 같기도? 일단 나이로는 확실히 성숙해졌음.

사실 나는 그동안 내 인생에 대한 목표나 로드맵은 세운 적이 없었다. (마지막 인생에 대한 목표가 초등학교 때 작성한 방학 계획표? ㅎ)

나는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사람인데 목표를 잡는 순간 자유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목표를 미리 세우는 것이 싫었다.

위 성숙한 사람의 기준으로 보자면 목표조차 찾지 않았기에 자격 미달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평생 흘러가는 대로 살아오는 인생을 모토로 삼았던 만큼 나 자신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따로 이를 바로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자유로움이 즐거웠거든. 개발자가 된 것도 직업 자체가 주는 멋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평생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목표 없이 살아가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별 다른 계기는 없었다.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하다가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보면서 깔깔대다가 생각이 났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돌아보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처럼 느껴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뭔가를 하면서 채우고 싶은데 막상 내 삶에는 그럴만한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고민했다. 나란 인간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사실 대단한 목표를 세워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했다. 그 생각을 하니 목표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나를 속박하는 족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자유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침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로는 내게 맞는 목표를 찾아보려 했다. 처음엔 무척 막막했지만 막연히 추상적인 목표가 아닌 하루하루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집에 가서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새로운 기술이나 취미를 찍먹해보거나 건강을 위해 퇴근 후의 산책을 즐기게 되었다.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경험 속에서 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진 증거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자유롭게 흘러가던 삶에 잠시 멈춰 서서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한 지금의 내가, 분명 23년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때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나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자유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길잡이가 목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목표를 통해 하루하루 움직이는 내가, 어쩌면 가장 자유로웠던 내가 아닐까.

어쩌면 성숙이라는 게 대단히 거창하거나 완벽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고 고민하고,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움직이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충분히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다만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그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2025년의 목표

어쩌다 보니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에 대한 회고를 한 느낌이다. 짧은 시간 내에 몇 년치의 기억을 회고했더니 살짝 피곤해졌지만 다시금 나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회고를 하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한 느낌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던 것 같지만 재밌었다.)

25년에는 현재에 안주하려는 나를 버려볼 생각이다. 나는 전부터 느꼈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상당히 짙은 것 같다. 미래에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지금이 편하니까, 조금씩 내가 처한 상황에 불만이 생기더라도 덮어버린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다가는 발전할 수 없다. 최근에 더더욱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많이 해볼 예정이다.

그 첫 목표는 일단 리뷰어다. 3년 전에 했던 우아한테크코스가 어느덧 7기를 맞이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리뷰어 신청이 있었고,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 신청했었다.

사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이 된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좀 더 큰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대가 된다.

25년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해가 될 것 같다. 익숙했던 나의 삶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 올해의 목표가 단순히 도전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더 성숙해진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여정이 되길 기대한다.

2024년 회고 : 🐢